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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아뜨르 캄캄 감상 (창작, 관계, 그리고 무대 위에서 자라는 아이들) 떼아뜨르 캄캄(Theatre Camp, 2023/2024 국내 개봉)은 예술과 교육, 그리고 아이들의 감정이 어우러진 아주 따뜻하고도 유쾌한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연극 캠프에서 벌어지는 즉흥극과 공연 준비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 미국의 연극 교육 현장을 모티브로 한 만큼 현실감이 뛰어나고, 연출과 대사에는 웃음과 진심이 동시에 묻어난다.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 무대 위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그들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과 믿음은 관객에게 오래도록 따뜻한 잔상을 남긴다.창작 –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진짜 감정떼아뜨르 캄캄의 중심에는 ‘창작’이 있다. 하지만 이 창작은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를.. 2025. 5. 5.
퍼스트 카우 감상 - 고요, 우정, 그리고 함께 버티는 시간 퍼스트 카우(First Cow, 2024 국내 재개봉)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의 속도에서 벗어난 영화다. 이야기의 전개는 느리고, 인물들은 조용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조차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정이 있고, 함께 버텨낸 시간들이 고스란히 스며든다. 미국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단순한 시대극도, 범죄 서사도 아니다. 그보다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존재의 증거’가 되어가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조용하고, 깊은지를 보여준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은 말이 아니라 ‘정적’으로 감정을 말하고, 행동보다는 ‘관계’로 서사를 만들어간다. 퍼스트 카우는 그렇게 아주 천천히, 하지만 오래도록 남는 이야기를 만든다.고요 – 아무 말 없이 이어지는 신뢰영화는 19세기 미.. 2025. 5. 5.
더 홀드오버스 감상 (겨울, 고립,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온기) 《더 홀드오버스》(The Holdovers, 2023/2024 국내 개봉)는 겨울 방학 동안 학교에 남겨진 세 사람의 이야기다. 그들은 모두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 존재들이다. 철없지만 외로운 학생, 상실을 견디는 조용한 급식실 관리자, 그리고 인생이 꼬여버린 채 냉소로 자신을 감추는 교사. 이 영화는 바로 그 ‘남겨진 사람들’의 겨울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힘은 그 겨울이 끝날 때쯤, 관계와 감정이 천천히 녹아드는 과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데 있다. 폴 지아마티의 깊이 있는 연기와 알렉산더 페인 감독 특유의 절제된 연출은 잔잔하지만 오래가는 여운을 남긴다.겨울 – 멈춰버린 시간 속 관계겨울은 이 영화의 정서를 규정짓는 핵심 배경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차갑고, 창밖의 풍경은 눈으로 덮여.. 2025. 5. 5.
영화 에밀리 -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에밀리》(Emily, 2023/2024 국내 개봉)는 단지 한 여성 작가의 전기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말하지 못한 감정과 표현되지 않은 감정들이 어떻게 기록으로 남게 되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폭풍의 언덕’을 쓴 작가, 에밀리 브론테. 그녀의 삶은 거의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 영화는 그 침묵의 시간을 조용히 파고든다. 에밀리는 말이 없었지만, 그녀의 글에는 모든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삶과 문장의 뒤편에 있었던 고독, 열망,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줄거리 – 폭풍이 오기 전의 그녀에밀리 브론테는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의 거친 자연 속에서 자랐다. 그녀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고, 문학의 중심지였던 런던과.. 2025. 5. 4.
영화 프라이멀에 대한 해석 (본능, 생존, 그리고 지켜야 할 것들) 프라이멀(Primal, 2024)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상태에서도 그 안에서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붙잡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삶이 무너진 순간, 우리는 본능으로 돌아가지만 그 안에 남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글 속 고립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자리한 공포, 죄책감, 책임, 그리고 희망을 가차 없이 끄집어낸다. 감정과 육체가 동시에 파괴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살아남는 것 이상으로, 누군가를 끝까지 지키는 본능과 맞선다. 그건 먹고 자는 문제보다 더 본질적인 생존,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본능 – 인간은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우리는 흔히 ‘본능’이라는 단어를 살기 위해 반사적.. 2025. 5. 4.
영화 메모리 해석 - 기억, 돌봄,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이름 하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단지 더 이상 꺼내지 않을 뿐이다. 영화 《메모리》(2024)는 잊었다고 믿었던 과거와 그 과거를 다시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제시카 차스테인과 피터 사스가드가 이끌어가는 이 영화는 단순한 기억 상실의 드라마를 넘어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상처를 외면하고, 그 상처가 어떻게 되돌아오는지를 보여준다. 2023 베니스 영화제에서 피터 사스가드는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 영화가 다루는 기억, 돌봄,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한 층위이다.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기억은 감정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왜곡되고, 남겨지는지를 《메모리》는 조용하게 묻는다.빛이 닿지 않는 기억들《메모리》의 주인공 실비아(제시카 .. 2025.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