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모든 아침》은 음악에 관한 영화이면서도, 소리에 관해서 말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오히려 침묵에 대해 말하고, 잊힌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라진 선율과 남겨진 사람, 그리고 그들 사이에 흘러가는 조용한 시간. 영화는 잊히고 싶지 않았던 예술가의 삶을 따라가며, 우리가 쉽게 지나쳐 버린 고요한 감정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 보여준다.17세기 프랑스, 침묵을 지키며 살아가는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 '마랭 마레'와 그의 스승 '생트 콜롱브'.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을 둘러싼 삶의 고통과 예술의 무게를 따라간다. 마레는 소리를 배우기 위해, 스승은 침묵 속에서 음악을 지키기 위해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간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그 둘의 길이 평행선을 이루며 끝내 닿지 않는 이야기..

《러빙 빈센트: 베일에 가려진 진실》은 그림으로 말하고, 그림으로 기억하고, 그림으로 묻는다. 1880년대 후반, 고흐는 세상을 떠났고 그의 죽음은 오랜 시간 “자살”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기억을 조심스레 되묻는다. 정말 고흐는 자신을 죽였는가? 아니면 그를 죽인 것은 세상이었는가? 이 영화는 단순한 예술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120여 명의 화가가 참여해 만든 유화 애니메이션,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이는 그림’이자 고흐를 위한 또 하나의 전시이기도 하다. 화면을 채운 붓터치 하나하나가, 그의 숨결을, 고통을, 그리고 미완의 진심을 따라간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고흐의 죽음을 해석하는 동시에, 그의 삶을 다시 그리는 시도라는 것을. ..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랑 이야기이자, 누구나 마음 깊숙이 가지고 있는 **'놓침'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르는 두 사람, 하루하루가 서로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들의 만남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고 사라지는지를 말없이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화려한 연출도, 복잡한 줄거리도 없이 담백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을 가졌지만 같은 시간을 살 수 없는' 현실을 그려낸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시간 – 어긋난 하루 속에 피어난 사랑영화는 **다카토시**와 **에미**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한눈에 반한 사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에미가 이미 오래전부터 다카토시를 알고 있었고..

《에밀리》(Emily, 2023/2024 국내 개봉)는 단지 한 여성 작가의 전기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말하지 못한 감정과 표현되지 않은 감정들이 어떻게 기록으로 남게 되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폭풍의 언덕’을 쓴 작가, 에밀리 브론테. 그녀의 삶은 거의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이 영화는 그 침묵의 시간을 조용히 파고든다. 에밀리는 말이 없었지만, 그녀의 글에는 모든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삶과 문장의 뒤편에 있었던 고독, 열망,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줄거리 – 폭풍이 오기 전의 그녀에밀리 브론테는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의 거친 자연 속에서 자랐다. 그녀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고, 문학의 중심지였던 런던과..

프라이멀(Primal, 2024)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상태에서도 그 안에서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붙잡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삶이 무너진 순간, 우리는 본능으로 돌아가지만 그 안에 남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글 속 고립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자리한 공포, 죄책감, 책임, 그리고 희망을 가차 없이 끄집어낸다. 감정과 육체가 동시에 파괴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살아남는 것 이상으로, 누군가를 끝까지 지키는 본능과 맞선다. 그건 먹고 자는 문제보다 더 본질적인 생존,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본능 – 인간은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우리는 흔히 ‘본능’이라는 단어를 살기 위해 반사적..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단지 더 이상 꺼내지 않을 뿐이다. 영화 《메모리》(2024)는 잊었다고 믿었던 과거와 그 과거를 다시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제시카 차스테인과 피터 사스가드가 이끌어가는 이 영화는 단순한 기억 상실의 드라마를 넘어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상처를 외면하고, 그 상처가 어떻게 되돌아오는지를 보여준다. 2023 베니스 영화제에서 피터 사스가드는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 영화가 다루는 기억, 돌봄,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한 층위이다.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다. 기억은 감정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왜곡되고, 남겨지는지를 《메모리》는 조용하게 묻는다.빛이 닿지 않는 기억들《메모리》의 주인공 실비아(제시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