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origin="anonymous">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 crossorigin="anonymous">-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코다》 – 성장의 무대, 들리지 않아도 닿는 마음, 선택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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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감동영화

《코다》 – 성장의 무대, 들리지 않아도 닿는 마음, 선택의 순간

by flavorflux 2025. 5. 11.

《코다》는 말이 아닌 마음으로 이어진 가족의 이야기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음악을 선택한 소녀, 그리고 그녀를 감싸는 침묵의 사랑은 누구보다 큰 울림을 전해준다. 이 영화는 장애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더 섬세한 인간 감정을 조명하며, 청춘의 선택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들리지 않는 소리와 보이지 않는 마음 사이에서 자라는 사랑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말없이 걸어도 함께라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간"/ 출처: Pixabay@Pexels

성장의 무대 – 음악이 마음을 열던 시간

《코다》의 주인공 루비는 청각장애인 부모님과 오빠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난다. 가족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고기잡이에 동행하고, 통역 역할까지 해내야 하는 그녀의 삶은 또래들과는 다른 리듬을 가진다. 예를 들어, 수산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거나, 병원 진료 시 부모를 대신해 의사의 말에 귀 기울이며 답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직 학생이지만 이미 어른 같은 무게를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루비에게도 자신만의 무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이다. 그녀가 합창단에서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 소녀의 숨겨진 재능과 그 재능을 마주한 세계와의 간극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은 루비에게 자유이며,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성장의 무대"에서 루비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닌, 세상과, 그리고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노래 연습을 몰래 하던 어느 날, 가족의 배가 항구로 들어오는 시간에 늦은 루비는 아버지의 실망스러운 눈빛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다. 음악이라는 감정의 언어가 그녀 안에 얼마나 오래 눌려 있었는지를 깨닫는 순간, 관객은 루비의 갈망과 용기를 자연스레 응원하게 된다. 그녀가 처음으로 독창을 하던 장면, 떨리는 눈빛과 숨소리마저 느껴지던 순간은 이 영화가 단순한 성장담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무대는 단순한 연주회장이 아니라, 그녀 인생의 전환점을 예고하는 상징이 된다. 그것은 삶을 변화시키는 공간, 자신을 표현하고 마침내 받아들이게 되는 해방의 장소이기도 하다. 루비의 노래는 단지 소리가 아니라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며, 동시에 자신을 치유하는 언어였다.

들리지 않아도 닿는 마음 – 가족과의 교감

루비의 가족은 그녀의 꿈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그들에게 음악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다. 특히 어머니는 루비의 음악 활동에 대해 처음에는 반대의 입장을 보인다. "네가 우리 가족이 아니라면 음악을 했을까?"라는 어머니의 질문은 루비의 존재와 역할,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깊은 갈등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결코 작지 않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루비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는 아버지의 표정이나, 무대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에서 우리는 말보다 더 깊은 교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루비가 아버지에게 자신이 노래하는 장면을 '촉각'으로 들려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점을 이룬다. 아버지가 딸의 가슴에 손을 얹고 그녀의 목소리의 진동을 느끼는 그 순간, 우리는 이 가족이 얼마나 깊은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 장면은 대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의 감정을 더 깊이 건드린다. 관객은 루비의 노래가 진동이 되어 아버지의 손에 닿고, 그 손을 통해 마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코다》는 감성적인 장면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백하게 그려지는 일상 속에서, 서로를 위한 배려와 기다림이 쌓여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니가 루비의 오디션 전날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며, "나는 너를 자랑스러워해"라고 수어로 전하는 장면 또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가 전하는 감동은 과장이 아니라, 조용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작고도 선명한 진심이다. 말보다 느린 마음의 언어가, 어쩌면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선택의 순간 – 가족의 품과 나의 무대 사이

음악대학 진학을 권유받은 루비는 인생의 첫 갈림길에 선다. 자신의 재능을 따라 세상 밖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가족 곁에 남아 그들의 삶을 함께 할 것인가. 누구나 겪는 ‘자기 인생’에 대한 첫 선택의 순간. 하지만 루비의 선택은 조금 더 깊은 고민을 동반한다.

루비는 혼자 조용한 언덕에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자신이 감당해 왔던 것들과 처음으로 거리를 둔다. 그녀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음악 역시 놓을 수 없다. 꿈과 현실, 책임과 자아 사이에서 고심하던 루비는 결국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그 해답을 말한다.

가족은 처음에는 루비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점차 그녀의 삶은 그녀가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특히 오빠는 말없이 루비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어머니는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 장면은 누구나 삶에서 마주하는 이별과 응원의 순간을 그대로 담고 있다.

루비는 자신의 무대로 향하고, 가족은 그녀를 응원한다. 그녀가 차에 올라타 학교로 향하던 순간, 뒤에서 손을 흔드는 가족들의 모습은 단순한 작별이 아니라, ‘함께 자라나는 가족’이라는 깊은 의미를 품고 있다. 《코다》는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모두의 성장 이야기다. 그리고 그 결말은 조용히 관객의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코다》는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세심하게 마음을 듣고, 진심으로 말을 건네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 따뜻한 진동은 관객에게도 닿아, 오래도록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마치, 우리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 법을 배운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