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벨에포크 - 잊힌 감정, 재현된 시간, 머물 수 없는 순간
《카페 벨에포크 (La Belle Époque, 2019)》는 단순한 프랑스식 로맨스 영화로 보기엔 아까운, 기억과 시간, 감정의 재구성을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주인공 빅토르는 시대에 뒤처진 신문 만평가로, 디지털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의 결혼 생활은 이미 오래전에 감정이 식었고, 아내는 현실의 활기를 찾아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했다. 삶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한 빅토르에게 한 친구가 소개한 ‘시간 재현 서비스’는 그를 40년 전 아내와 처음 만났던 날로 이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잊고 지냈던 감정, 말하지 못했던 마음, 놓쳐버렸던 찰나의 의미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과거의 복원과 그 감정의 회복이 과연 진짜일 수 있는지, 기억이란 것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동시에 ..
2025. 5. 9.
더 퀸 오브 마이 드림스 감상 - 정체성, 엄마, 이름을 가진다는 것
《더 퀸 오브 마이 드림스 (The Queen of My Dreams, 2024)》는 겉으로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체성을 둘러싼 충돌과 연결’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민자 가정의 딸이자, 여성, 무슬림, 예술가로 살아가는 ‘아잘리아’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리고 그 물음 끝에는 늘 ‘엄마’가 서 있다. 엄마는 전통을 대표하지만, 사실 그녀 또한 ‘자신만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다. 그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었지만,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점점 닮아간다. 이 영화는 정체성, 가족, 여성, 문화라는 네 가지 층위를 감각적으로 겹쳐가며 우리가 살아가며 ‘이름’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정체성 – 나는 누구의 세계에서 ..
2025.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