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origin="anonymous">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 crossorigin="anonymous">-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결혼 이야기 – 사랑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들 (감정, 법,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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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별 영화 큐레이션

결혼 이야기 – 사랑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들 (감정, 법, 가족)

by flavorflux 2025. 5. 16.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2019)》는 ‘이혼’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법적 의미를 넘어, 한때 사랑했던 두 사람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멀어지고, 어떻게 남겨지는지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감독 노아 바움백은 자신의 이혼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단순한 이혼 드라마를 넘어선다. 감정의 미세한 균열, 법정이라는 차가운 현실, 아이를 중심으로 한 가족이라는 구조까지, 우리가 보통 ‘이혼’이라고 말할 때 감추고 넘어가는 모든 심리적·사회적 진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어떤 커플은 싸우지 않는다. 말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 이야기》는 대화 없는 결혼이 어떻게 멀어지는지를 보여주며,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보다 침묵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음을 증명한다. 영화는 잔잔한 톤으로 시작해 점점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끝났는가? 가족은 유지되어야 하는가?”

"대화하지 않는 관계의 단절"

감정의 균열 – 사랑은 사라졌는가, 말하지 못했는가

영화는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고백하는 듯한 내레이션으로 등장하지만, 그건 결국 '이혼 조정 상담'의 한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 이 영화의 성격은 드러난다. 사랑했던 사람을 법정에서 마주해야 하는 아이러니. 그리고 '이해'보다 '정리'가 먼저인 현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둘이 마지막으로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이다. 소리를 지르고, 과거를 들추고, 상처를 주는 말이 오간다. 하지만 그 싸움이 끝난 후, 남는 건 고요다. 이 고요함은 단절이 아니라, 더는 할 말이 없다는 감정의 끝이다.

니콜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찬란했던 연극 감독의 아내’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가진 독립적인 사람이고 싶어 한다. 찰리는 여전히 뉴욕에 남고 싶어 한다. 그의 삶은 그곳에서 시작되었고, 그곳에서 모든 걸 잃고 싶지 않다. 그러나 둘의 감정은 더 이상 교차하지 않는다. '사랑'은 남아있지만, '같이 갈 수 없는' 방향이 존재할 뿐이다.

이 영화가 대단한 건, 그 누구도 명확한 가해자나 피해자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 다 옳고, 둘 다 틀리며, 그 틈에서 감정은 천천히 닳아간다. 관객은 누구의 편도 들 수 없게 된다. 그저 “이럴 수밖에 없었겠구나”라는 공감만이 남는다.

법의 냉정함 – 감정은 사라지고 문서만 남는다

"사랑의 끝에 놓인 법적 문서"

 

이 영화의 중심은 법정 싸움이 아니라, 법정이라는 장소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해체다. 니콜이 먼저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시작된 이혼 절차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전투'의 형식으로 변한다. 두 사람 모두 처음엔 평화로운 이혼을 원했다. 하지만 법의 개입은 감정을 문서화하고, 상처를 조항 화하며, 사랑을 조건화한다.

변호사 노라(로라 던)는 냉철하면서도 전략적인 화법으로 니콜을 리드한다. 찰리는 자신의 성격대로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으려 하다가, 상대편 변호사에게 점점 몰려간다. 서로를 아직 사랑하지만, 변호사들의 언어는 그들을 '상대'로 만들고, 싸움의 대상이 되게 만든다. 이 장면들은 이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감정보다 어떻게 시스템 중심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양육권은 왜 서로 가지려고 하나요?”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본질적이다. 니콜과 찰리는 아이 헨리를 중심으로 협의하려 했지만, 법은 그들의 감정을 무시한 채 서류와 진술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가장 큰 상처는, 두 사람 모두 법정에서 상대를 나쁘게 말해야만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감정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긴다. 하지만 이혼은 국가와 법률 사이에서 진행된다. 이 영화는 바로 그 ‘감정과 절차의 모순’을 가장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법정에 앉은 두 사람은 한때 사랑했던 연인이지만, 그 공간에서는 서로의 약점을 드러내야만 살아남는다. 이 장면들이 주는 아이러니는 씁쓸함을 넘어선 현실 그 자체다.

가족이라는 잔상 – 사랑은 끝나도 가족은 남는다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남는 가족의 연결"

 

《결혼 이야기》는 이혼 이후에도 ‘가족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아이 헨리를 중심으로 부부가 서로를 완전히 지워낼 수 없음을 암시한다. 영화 마지막, 니콜이 찰리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모든 감정을 압축한다. 말은 없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어떤 정. 가족이란, 비록 결혼이 끝났어도 남겨지는 감정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찰리의 눈물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완전히 잊을 수 없다는 사실. 아이와의 관계는 유지되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관계’는 계속된다. 그것이 가족이라는 구조의 복잡한 진실이다.

감정은 파편이 된다. 그리고 그 파편은 오래도록 가슴 어딘가에 남아있다. 이 영화는 그런 파편을 지우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보여준다.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아름답다.

결론 – 이혼을 말하지만, 결국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결혼 이야기》는 이혼을 다룬 영화지만, 이혼을 설명하려는 영화는 아니다. 사랑이 왜 끝났는지보다, 끝난 후에 무엇이 남는지를 말하고 있다. 감정의 소멸, 법의 냉정함, 가족의 흔적. 이 세 가지는 오늘날 결혼 제도 안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자 숙제다.

이 영화는 감상자에게 단순한 동정이나 눈물보다는, 오히려 깊은 사유를 요청한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걸까?” “가족은 제도인가, 감정인가?” 이런 질문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결혼과 이혼, 그 사이의 감정이 궁금하다면.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길 추천한다. 이건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끝에서 마주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지 출처: Pixabay (모든 이미지는 상업적 이용 가능 이미지로 사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