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origin="anonymous">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 crossorigin="anonymous">-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프리즘 해석 (빛, 감정, 그리고 투명하지 않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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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별 영화 큐레이션

프리즘 해석 (빛, 감정, 그리고 투명하지 않은 우리)

by flavorflux 2025. 5. 4.

빛은 하나지만, 프리즘을 통과하면 여러 색으로 나뉜다. 감정도 그렇다. 하나의 사건, 하나의 말에도 우리는 각기 다른 색을 띠며 반응한다. 영화 《프리즘》(2024)은 이 단순한 원리를 삶의 서사로 확장한다. 보는 이마다 다른 해석을 남기고, 빛처럼 흩어지는 감정을 포착하는 시선을 제시한다. 감정은 맑거나 흐림의 문제가 아니다. 빛이 굴절되듯, 마음도 늘 곧지 않고, 우리는 그 안에서 각자의 색으로 반응할 뿐이다. 《프리즘》은 그런 다층적인 감정을 한 줄의 빛과 한 조각의 침묵으로 말하는 영화이다.

“감정은 투명하지 않았다.빛이 굴절되듯, 마음도 방향을 바꿨다.”/출처:Pixabay@BGStudios888

빛 – 하나의 사건, 수많은 감정

영화《프리즘》의 시작은 단조롭다. 특별한 사건이나 큰 갈등 없이, 작은 장면들이 조용히 이어진다. 그러나 그 안에는 각 인물의 감정과 기억이 서로 다르게 굴절되어 흐르고 있다. 빛은 하나지만, 그 빛이 닿는 위치와 각도, 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으로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 빛은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다. 감정을 상징하고, 관계를 드러내며, 사람 사이의 미묘한 온도차를 표현한다. 특히 감독은 프레임 구성을 통해 인물과 인물 사이의 거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 거리는 물리적이라기보다는 정서적인 거리이다. 하나는 침묵으로, 하나는 시선 회피로, 또 하나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리는데 이러한 연출은 관객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왜 우리는 다르게 느낄까?" 프리즘 속에서 빛이 나뉘듯, 감정도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준다. 관객은 장면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하게 되고, 그 해석의 다양성은 영화가 의도한 ‘빛의 다면성’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감정 –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색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 존재는 분명하다. 이 영화는 그런 감정의 존재 방식을 눈에 보이는 ‘색’과 ‘광원’으로 시각화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유리컵에 비치는 형광등의 반사, 밤에 켜진 가로등이 남긴 인물의 실루엣. 모든 장면은 감정을 숨긴 채 전달된다. 감정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말이 없고, 행동이 크지 않을수록 감정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건 《프리즘》이 가진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이다. 대사를 아끼는 방식, 인물의 시선 처리, 그리고 무엇보다 ‘침묵’의 연출. 감정은 말보다도 강하게, 빛처럼 조용히 퍼져 나간다. 빨간색은 갈등, 파란색은 거리감, 노란색은 기억 속 따뜻함, 녹색은 아직 정의되지 않은 감정들을 상징한다. 이 색의 흐름은 단순히 예쁜 화면 구성이 아니라 감정의 코드로 사용된다. 그 누구도 감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지만, 관객은 그 색을 보고, 그 표정을 보고, 그 미묘한 공기를 읽어낸다. 그래서 《프리즘》은 관객의 감정마저 하나의 굴절된 빛처럼 끌어낸다.

투명하지 않은 우리 – 해석의 갈라짐

사람은 완전히 투명할 수 없다.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 마음의 속까지 알 수는 없다. 《프리즘》은 이 ‘비투명성’을 감정의 본질로 이야기한다. 인물 간의 충돌은 단순한 오해 때문이 아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 감정, 기억이 다르기에 같은 말을 듣고도 다르게 반응하고, 같은 행동을 보고도 정반대의 감정을 느낀다. 그 결과, 하나의 사건은 모두에게 다른 결론과 여운을 남긴다. 이것은 단절이 아니라 ‘해석의 갈라짐’이다. 감독은 이를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무언가를 명확히 설명하기보다는 해석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연출한다. 그로 인해 관객 역시 ‘투명하지 않은 자신’을 스크린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누구도 절대적인 감정을 강요받지 않고, 각자의 감정으로 영화 속 상황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해석은, 다시 관객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영화는 말한다. "너는 어떤 색으로 그 장면을 봤니?" 그리고 이어진다. "그 색은 왜 그렇게 보였을까?" 감정은 해석을 통해 살아나고, 그 해석은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프리즘》은 결말을 알려주지 않는다. 정답이 없고 그 대신 질문이 남는다. 그 질문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빛처럼 분명한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색은, 다른 이와 같을 수 없다는 것. 우리는 모두 각자의 굴절을 가진 채 빛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며, 사랑하고, 오해한다. 《프리즘》은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영화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얼마나 아름답고, 때로는 얼마나 아픈지 조용히 알려주는 영화다. 감정은 설명하는 게 아니라 비추어 보는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