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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 정의를 묻는 액션, 인물의 날 선 대립, 통쾌함 뒤의 묵직한 질문

by flavorflux 2025. 4. 20.

베테랑은 그저 통쾌한 액션으로만 기억되기엔 아까운 영화다. 영화는 정의로운 형사와 악질 재벌의 대결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따르지만, 그 속에 담긴 인물의 성격, 현실 사회를 향한 풍자,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분노와 해소 사이의 감정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이 영화는 현실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속 시원하게 뒤엎어주며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라는 이름의 선물을 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베테랑은 “우리는 어떤 정의를 원하는가?”  물어본다.

정의는 통쾌하게, 악은 끝까지 쫒는다/출처:네이버영화

정의를 묻는 액션

서도철(황정민)은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집요한 강력반 형사로 정의감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는 건 사람 냄새나는 행동력을 가진 사람이다. 범죄자를 향해선 주먹을 날리지만, 서민의 억울한 목소리엔 가슴 먼저 움직인다.

그의 정의는 고상하지는 않다. 이론보다 실천, 원칙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는 관객에게 ‘현실적인 영웅’처럼 다가온다.

도철이 마주한 상대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젊고, 능력 있고, 무서울 정도로 냉소적인 인물이다. 그는 돈과 권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자만과 오만으로 가득 차 있다.

사건은 한 트럭 기사 부부의 억울한 죽음에서 시작된다. 그 배후에 조태오가 있다는 의심 속에 도철은 그를 잡기 위해 달려들고, 영화는 이 정의와 오만의 충돌을 속도감 있게 펼쳐 보인다.

주먹이 오가고, 쫓고 쫓기는 액션이 이어지지만 그 장면들엔 단순한 스릴을 넘어 ‘누가 옳은가’에 대한 질문이 깔려 있다. 도철의 정의는 낡아 보이지만 단단하고, 조태오의 논리는 세련돼 보일 수 있지만 비겁하다.

그 대립은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관객은 도철의 땀과 상처에 응원하게 되고, 조태오의 미소와 말투에 분노하게 된다. 그게 베테랑이 말하는 현실 정의의 얼굴이다.

인물의 날 선 대립

조태오는 흥미로운 악역이다. 유아인의 연기는 그를 단순한 '악마'가 아닌 ‘시스템이 만들어낸 괴물’로 그려낸다.

그는 폭력을 휘두르지만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 지시만 하고, 그 결과는 모른 척한다. 위험한 장난을 치듯 사람을 조종하고,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믿는다.

그런 그에게 서도철은 감정적으로 맞선다. 도철은 참을 줄 모르고, 때로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간다. 하지만 그 감정은 ‘불의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둘의 대립은 세련됨과 투박함, 권력과 인간성의 싸움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현실 사회의 구조를 본다. 돈 많은 사람은 책임지지 않고, 정의로운 이는 늘 외롭다.

도철은 혼자 싸운다. 동료가 있지만, 그 싸움은 본질적으로 개인적이다. 조태오를 잡는 건 법보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는 그의 신념은 결국 통쾌한 한 방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 대사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그 말에는 ‘잃지 말아야 할 자존심’에 대한 이 영화 전체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통쾌함 뒤의 묵직한 질문

베테랑은 보는 동안 통쾌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엔 묘한 씁쓸함이 남는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해결된 문제가 현실에서는 여전히 답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 조태오는 벌을 받지만, 현실의 조태오들은 여전히 웃고 있다. 도철 같은 형사가 있다면 좋겠지만, 우린 그런 인물을 뉴스에서 보기 어렵다.

“너라면, 저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라는 이 영화의 묵직한 질문은 관객에게 직접 다가온다. 

베테랑은 대단한 메시지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기본적인 상식’의 가치를 다시 꺼내 보인다.

억울한 사람이 보호받고, 나쁜 사람이 벌을 받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에서 그 당연한 이야기를,

멋진 배우들과 통쾌한 액션으로 우리에게 다시 한번 보여준다.

베테랑은 재미와 메시지를 모두 갖춘 영화이다. 액션이 시원하고, 캐릭터는 강렬하며, 장면 장면마다 현실의 그림자가 녹아 있다.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서도철 같은 인물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는 관객들의 간절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정의라는 말이 아직도 통하는 세상이기를 우리는 다시 믿고 싶어진다.